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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들어선 한국 작가들 -
Lee Bae · Lee Bul 외 다수
이배 · 이불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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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슬 큐레이터
한국 문화가 국제적인 주목을 받는 만큼, 전 세계적으로 영화감독, 음악가, 예술가, 한류를 이끄는가수까지 다방면의 인재를 배출해내고 있죠. 이에 발맞춰 한국 미술 또한 1990년대 후반부터 급성장해오고, 전 세계 곳곳에서 아시아 미술시장에 집중하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2023년, 미국의 중심 뉴욕에서 소개되는 한국 작가들이 속속들이 늘고 있는데요. 최근 뉴욕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국 작가들의 주요 활동을 함께 살펴볼까요?
이배(Lee Bae), 불로부터(Issu du Feu), Rockefeller Center, 《ORIGIN, EMERGENCE, RETURN (23.06.08 – 07.23)》 Intallation view, Courtesy of Artist, 출처: 조현화랑
2023년 7월, 미국 뉴욕 록펠러 센터에서 주최하는 ‘한국문화예술 기념주간’에 맞춰 록펠러센터 앞 채널 가든 광장에 높이 6.5m, 너비 4.5m, 무게 3.6t의 숯 조형물 ‘불로부터(Issu du Feu)’ 작품이 드높이 세워졌습니다. 그간 채널 가든에서는 세계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선보여왔는데요. 뉴욕을 상징하는 자리에 한국 작가의 작품이 처음 설치되는 영광을 누린 것이죠.
해당 작품은 줄로 칭칭 동여매어 각기 다른 방향으로 포개진 거대한 숯 덩어리 세 묶음은 뉴욕 중심부에서 웅장한 존재감을 전했는데요. 한국 전통 소재인 소나무 숯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재조명하며, 단박에 이름을 새긴 작가는 바로 ‘이배(Lee Bae, b.1956)’입니다.
“나무를 불로 태우는 격렬한 과정 끝에 탄생하는 숯은 자연으로의 순환이자 영원을 상징한다.
인류 문명의 가장 화려한 결과물인 초고층 빌딩과 대비를 이루면서,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재난과 재해, 전란을 치유하고 정화하려는 의미한다.”
– 이 배 –
이배는 1990년 프랑스로 간 이후, 30여 년간 한국 전통의 재료인 ‘숯’을 이용해 동양의 수묵화 정신을 재해석해오며 가장 동양적인 작가로서 주목받고 있는데요. ‘숯’이 지닌 삶과 죽음, 순환과 나눔 등의 태생적 관념 위 작가 특유의 예술적 상상력이 더해져, 드로잉, 캔버스, 설치 등 각종 형태의 작업을 펼치며 자신의 영역을 확장 시켜왔습니다.
이배(Lee Bae), 불로부터(Issu du Feu), Rockefeller Center, 《ORIGIN, EMERGENCE, RETURN (23.06.08 – 07.23)》 Intallation view, Courtesy of Artist, 출처: 조현화랑
작가 이배의 대표 시리즈로는 캔버스 위에 절단한 숯 조각을 접합해 표면을 연마해 다채로운 숯의 빛깔을 볼 수 있는 <불로부터(Issu du Feu)>, 숯 가루를 덩어리째 화면에 두껍게 안착시킨 <풍경(Landscape)>, 목탄에서 추출한 검은 안료로 드로잉 한 후, 밀랍을 여러 번 덮어 모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아크릴 미디엄(Acrylic medium)>, 종이 위에 자유로운 붓질의 향연을 선보인 <붓질(Brushstroke)> 시리즈가 있습니다.
전시 공간 내 미디어룸에서 삼성전자의 Neo QLED 8K 사이니지(QPA-8K) 85형을 통해 박서보 작가의 작업 모습과 그의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고 있는 모습, 출처: Samsung Newsroom
《ORIGIN, EMERGENCE, RETURN (23.06.08 – 07.23)》에 출품된 한국계 작가 진 마이어슨의 작품. 출처: 조현화랑
록펠러센터 채널 가든과 센터 내 링크레벨 갤러리에서 《ORIGIN, EMERGENCE, RETURN (23.06.08 – 07.23)》 전시를 통해 미국에 첫 진출한 조현화랑은 야외에 설치된 이배의 작품뿐 아니라 박서보, 진 마이어슨, 윤종숙 작가의 총 70여 점 작품과 함께 한국의 전통성을 알리고 현대미술의 흐름을 재조명하며 전 세계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습니다.
참고 : 조현화랑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현지 전시장 및 개막 행사 모습, 사진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MMCA)
해외에서 한국의 단색화는 사실 어느 정도 많이 알려졌지만, 대다수 접해본 적 없는 ‘한국 실험미술’이라는 특정 주제로 뉴욕에서 4개월간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죠. 특히 미국을 대표하는 미술관이자 뉴욕의 중심에 자리 잡은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한국미술의 한 시대를 살펴볼 수 있는 대대적인 그룹전이 열린 사실은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
1960-70년대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실험미술 작가군을 소개하는 이번 기획전은 하종현, 정강자, 김구림, 이강소, 이건용, 이승택, 성능경, 강국진, 김영진, 최병소 등 총 29명의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입니다.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회화뿐 아니라 조각, 도자기, 사진, 비디오, 설치 작품 등 총 99점의 작품과 31점의 아카이브 자료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Installation view, Only the Young: Experimental Art in Korea, 1960s-1970s, Solomon R. Guggenheim Museum, New York, September 1, 2023-January 7, 2024. Photo: Ariel Ione Williams ⓒ Solomon R. Guggenheim Foundation.
뉴욕타임즈에서는 “한국 실험미술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1960-70년대 격동 속에서 번성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실험미술을 뉴욕에서 개최하는데 유의미했다.”라고 언급하며, 대표 작가인 이건용, 이승택, 성능경, 이강소 작가의 인터뷰를 싣기도 했습니다. 그 밖에도 오큘라, 아트뉴스페이퍼, 아트뉴스, 아트리뷰, 가디언 등 다수의 주요 해외 언론 매체에서도 전시와 기획자, 당시 한국 미술 대표 작가 등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해당 전시는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MMCA(2023.05.26~2023.07.16)에서 전시를 시작으로, NY 구겐하임 미술관(2023.09.01~2024.01.07), LA 해머 미술관(2024.02.11~05.12)에서 순회전으로 총 9개월간 열릴 예정입니다. 한국부터 미국 뉴욕과 LA를 순회하는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실험미술에 대한 역사를 널리 알리고, K-ART의 저력을 선보일 기회가 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참고 : 국립현대미술관
페이스갤러리 뉴욕(본점) 건물 외관 전경. 이미지 출처 : 페이스 갤러리
파블로 피카소, 마크 로스코, 알렉산더 칼더, 데이비드 호크니 등 블루칩 작가들이 대거 소속된 세계 5대 갤러리 중 하나인 페이스갤러리 뉴욕 본점에서 한국의 추상화가 유영국의 개인전 《Mountain Within (23.11.10-12.22)》이 개최됐습니다.
페이스갤러리는 총 8곳의 분점을 지닌 대형 갤러리로 2018년 서울에 분점을 낼 만큼 아시아 미술시장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요. 메가급 갤러리인 페이스갤러리가 주목하는 한국 작가로 소속 작가인 이우환, 이건용에 이어 3번째로 유영국을 선택했습니다.
Portrait of Yoo Youngkuk, 1980s ©️ Yoo Youngkuk Art Foundation
유영국은 한국 근대미술계 추상 미술의 영역을 개척한 선구자로서 사후 그 가치에 대해 재평가되어 주목받고 있습니다. 유영국이 그려낸 ‘자연’의 경관은 기하학적 구성을 통해 점, 선, 면, 형, 색 등의 기본 요소로 어우러집니다. 그가 재해석한 단순화된 형태와 빨강, 노랑, 파랑의 삼원색을 기반으로 보라, 초록 등 특유한 색감이 추가되어 유영국만의 자연 숭고미가 전해집니다.
사후 처음으로 해외에서 선보이는 개인전을 메가급 갤러리인 페이스갤러리 본점 뉴욕에서 개최한 만큼, 한국 미술에 대한 해외의 관심도를 여실히 느껴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Yoo Youngkuk, 《Mountain Within (23.11.10-12.22)》, Pace Gallery, Installation view, Image Yoo Youngkuk, Work, 1973 © Yoo Youngkuk Art Foundation, Photo: Pace Gallery Instagram
Yoo Youngkuk, 《Mountain Within (23.11.10-12.22)》, Pace Gallery, Installation view, Image Yoo Youngkuk, Work, 1989 © Yoo Youngkuk Art Foundation, Photo: Pace Gallery Instagram
참고 : 페이스갤러리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 2000–2023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All rights reserved.
세계 4대 미술관 중 하나인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건물 정면에 2025년 한국 현대미술작가인 이불(Lee Bul, b. 1964)의 작품이 설치된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매년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으로 건물 외관을 장식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처음으로 한국 작가를 선택한 것이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매년 전 세계에서 700만 명에 달하는 관람객이 방문하는 만큼, 건물 외벽 정면에 이불 작가의 작품이 설치됨으로 인해 한국 미술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더욱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불 작가에 대해 메트로폴리탄 데이비드 브레슬린(David Breslin) 현대미술 대표 큐레이터는 “이불 작가는 40여 년에 걸쳐 작업해온 동세대 최고의 현대미술가로, 작품을 통해 유토피아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그녀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는데요. 이불 작가는 대체 누구일까요?
이불 작가의 모습, Photo : Hye-Ryoung Min
“내 이름 불은 날일 변(日)에 날 출(出)이 합해진, 해 돋을 불(日出) 자로 ‘먼통이 터오는 새벽’을 뜻한다.
어쩌면 우리 아버지는 세계를 향해 비상하기 위해 날개를 퍼덕거리고 있는 지금의 나를 고대하고
‘불’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셨는지도 모르겠다.”
– 신경숙 외 18인, 『땀방울에 비친 그녀들의 이야기』, 한국직업능력개발원, 1999. –
작가 이불은 1980년대부터 조각, 회화,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인류의 유토피아를 향한 욕망, 분단, 여성 문제 등 다양한 주제의 작품을 선보여 왔습니다. 여성의 신체를 주로 탐구하며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여온 이불은 1990년대부터 ‘정체성’의 문제를 주로 다룹니다.
특히 이불에게 ‘신체’는 ‘여성’, ‘아시아인’, ‘작가’라는 정체성을 지니며, 이를 통해 세계를 지각하는 매체로서 활용합니다. 즉, 이불에게 자신의 신체는 고유한 예술적 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매체임과 동시에, 그의 예술적 세계를 가장 잘 드러내는 메시지로 기능하는 것이죠.
이불, ‘낙태(Abortion)’, 1989, Courtesy of the artist
특히 ‘낙태(Abortion)’ 작품은 예술계에 작가 이불의 이름을 각인시켰던 파격적인 퍼포먼스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체인 채로 작가 스스로 등산용 밧줄에 묶여 객석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낙태에 대한 사회의 폭력적인 시선과 문화에 대해 온몸으로 표현합니다.
25살의 젊은 작가의 반란이 미술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이죠. 이후에도 그녀는 온몸으로 스스럼 없이 작품 활동을 펼쳐 보이며, 그 어떤 매체에도 국한되지 않고 자유롭게 넘나듭니다.
그녀가 처음으로 아시아를 넘어 해외에서 주목받은 것은 30대 초반 1997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화려한 스팽글로 장식한 날것의 생선 63마리의 부패 과정을 담은 ‘장엄한 광채’ 작품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악취로 채워지며 후각 요소가 시각의 요소를 압도하고 이는 아무리 화려하게 치장한다 한들, 언젠가 연약해질 육신의 유한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합니다.
이불, ‘장엄한 광채(Majestic Splendor)’, 1997, 생선, 시퀸, 과망간산칼륨, 폴리에스테르백, ‘프로젝트 57: 뉴욕 현대미술관(MoMA), Photo : Robert Puglisi
해당 작품의 악취로 인해 결국 전시는 도중 철수되지만, 해외 미술계의 세계적인 전시 기획자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주목받기 시작했죠.
이후 1998년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휴고보스 미술상 수상,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 본 전시 · 한국관 대표 작가로서의 출품 및 특별상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국제무대에서 각광받게 됩니다.
Lee Bul, Willing To Be Vulerable, 2015-16, Installation view, Hayward Gallery, London, 2018 Courtesy of the Artist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퍼포먼스와 설치미술을 작업해온 그녀는 이로써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라 현재까지도 국내외 왕성하게 활동하며, 20세기 현대미술 작가 50인 중 유일한 아시아 작가로서 이름을 올립니다.
이런 그녀의 작품을 2025년 뉴욕 중심에 위치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입구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웅장해지는데요. 그뿐만 아니라, 메트로폴리탄의 한국실 설치 25주년을 기념해 《계보 : 메트의 한국 미술》특별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미국의 중심 뉴욕에서 왕성하게 펼치는 한국 작가들의 행보에 무한한 응원을 전하며, 이로 인해 전 세계 유수의 기관에서 한국 작가들, 한국 미술이 더욱 빛을 발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참고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필자 김새슬은 중국 상하이 교통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상하이 대학 미술학부에서 예술학이론 석사과정을 졸업하였다. 상하이파워롱뮤지엄과 조선일보미술관에서 근무하였으며, 미술경제와 미술산업에 대해 고민하며 글을 쓴다. 현재 롯데백화점 아트컨텐츠실에서 근무하며 아트페어와 전시기획 등을 담당하고 있다.
ⓒARTiPIO Editor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