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COLUMN · MARKET
미술계는 현재 '아트페어 2.0 시대'
ARTiPIO
KEYWORD
DATE
AUG 08, 2023
CONTRIBUTOR
최근 미술씬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키워드 중 하나는 ‘아트페어(Art Fair)’였죠. 사회경제 흐름이 침체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미술시장 또한 위축되기 마련이지만, 아트페어의 열기는 이와 관계없이 식지 않고 있는데요.
가장 대표적으로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간하는 보고서에 따르면 미술품을 살 수 있는 주요 채널인 ‘경매’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거래액이 감소한 반면, ‘아트페어’에서의 판매 금액은 165.6% 급증했다고 합니다. 아트페어를 방문한 관람객 또한 36만 3천 명으로 작년 동일 대비 72% 증가했다는 결과를 발표했죠. 아트페어의 기록적인 매출과 관람객 수를 두고 그 원인 혹은 비결에 관하여 여러 분석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이러한 열기에 힘입어 미술계는 현재 ‘아트페어 2.0 시대’를 준비 중인 것이죠. 이러한 시점에서 한 명의 관람객으로서, 또 업계 종사자로서 아트페어의 발 빠른 변화들을 피부로 느끼고 있으며, 그 변화의 정도와 속도는 확실히 이전과 다릅니다.
아트페어 2.0시대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변화하는 아트페어의 새로운 모습을 아티피오와 함께 살펴볼까요?
1. 새로운 미적 담론을 형성하다
제7회 아트바젤 홍콩 메인 전시장 천장에 걸린 이불 작가의 ‘약해지려는 의지(Willing To Be Vulnerable II·2019)’. Photo: Public Delivery
아트페어 행사는 약 4일 동안 일정한 장소에 행사장을 마련하고 갤러리마다 부스를 열어 미술작품을 판매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상업적인 행사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최근 아트페어가 판매를 넘어서 새로운 미적 담론을 형성하기 시작했는데요.
특히 프리즈(Frieze), 아트바젤(Art Basel), 피악(Fiac)과 같은 세계적인 아트페어를 중심으로 이런 움직임은 꽤 오래전부터 포착되었죠.
이 중, 가장 기념비적인 사건은 2019년 제7회 아트바젤 홍콩에 선보인 이불(Lee Bul, b.1964) 작가의 신작이 VIP 프리뷰 기간에 중국의 개인 미술관에 의해 소장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트바젤 홍콩 2023(Art Basel Hong Kong 2023)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이지현
아트바젤 메인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관람객을 맞이한 거대한 은색 풍선의 비행선 모양을 연상시키는 이불 작가의 ‘약해지려는 의지(Willing To Be Vulnerable II·2019)’ 작품은 그 규모와 디스플레이 된 모습으로 인해 대규모 비엔날레에서 볼 법한 모습이 연출된 것이죠.
해당 작품은 중국의 개인 미술관에 20만 달러(약 2억 2,000만 원)에 판매되었고, 이외에 나머지 2가지 버전의 작품도 모두 판매되며 쾌거를 이루었죠.
이처럼 아트바젤 홍콩의 ‘인카운터스(Encounters)’ 섹션은 매년 개인 컬렉터는 소장하기 어려운 규모의 현대미술 작품을 선보이고 이를 미술관과 같은 기관이 소장하는 형식을 취하며, 단순 거래의 의미 그 이상을 성취하고 있습니다.
아트바젤 홍콩 2023(Art Basel Hong Kong 2023) 제인슨함 갤러리(JASON HAAM Gallery)이목하 작가 솔로부스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이지현
뿐만 아니라 최근 아트페어의 부스 구성도 새로워지고 있는데요. 기존에는 각 갤러리에게 공간을 획일적으로 부여했다면, 최근에는 특정 구간을 ‘솔로 부스’로 배치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솔로 부스란 말 그대로 한 갤러리가 여러 작가의 작품을 동시에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한 작가의 작품만으로 부스를 구성합니다. 이런 형식은 에이전시로서 갤러리가 자신들이 양성하는 작가를 아트페어 무대에서 선보이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도록 함으로서 자연스레 행사 기간에 판매에만 목적을 두는 장터의 전략을 벗어나게 만드는 것이죠.
이는 아트페어의 성공 지표를 ‘매출액’이 아닌 해당 행사를 통해 발굴되는 새로운 작가에 포커스를 두며, 보다 정성적이고 장기적인 지표를 바라보도록 하는데요.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통해 미술시장에 대한 새로운 미적 권위를 만들어가고 있답니다.
2. 관람객에서 ‘멤버’로 만들어라!
아트페어의 매력은 일시성에 있습니다. 한날한시에 수십, 수백 개의 갤러리가 응집하는 행사는 자연스레 축제 분위기를 만들죠. 하지만 행사가 끝나고 나면 관람객은 흩어집니다. 아트페어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는데요.
일시적인 방문객이 아닌 하나의 브랜드로서 자신들의 ‘멤버’가 되어줄 고객이 필요한 아트페어는 최근 이런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각별히 기울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아트부산(Art Busan)이 보다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데요. 아트부산은 매년 5월, 부산 지역에서 최대 규모로 펼쳐지는 아트페어로서, 행사 기간 이외에는 YCC(Young Collectros Circle)라는 이름의 아카데미를 진행합니다. YCC는 현재 미술시장을 이끌고 있는 전문가로 구성된 강사진의 강연과 필드트립으로 구성됩니다. 약 10개월간의 코스를 거쳐 미술시장의 이해도를 높이고 안목을 키우며, 아트페어의 일회성 방문객이 아닌 미술시장의 후원자로서 성장시키고자 하는데요. 이러한 ‘관객개발’을 통해 아트페어는 장기적인 고객도 확보하고, 동시에 미술생태계에 이바지하고 있는 것이죠.
2023 키아프 서울(KIAF Seoul) 멤버십 론칭 파티, 이미지 제공: KIAF Seoul
2023년 국내 아트페어인 키아프(Kiaf)가 관람객을 위한 멤버십을 처음 출시했는데요. 키아프는 매년 9월, 서울에서 가장 크게 진행되는 아트페어로서 올 상반기 멤버십 얼리버드를 모집했는데, 적지 않은 금액임에도 빠른 모객을 성사시켰습니다.
해당 멤버십 프로그램의 혜택으로는 세계적인 아트 어드바이저의 초청 강연을 비롯해 키아프의 행사를 가장 먼저 관람하고 특별 투어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무엇보다 멤버십 신청자들 간의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통해 컬렉팅 분야의 핵심 정보를 교환하고 교류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이점으로 다가왔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해외 유수 아트페어뿐 아니라 국내 주요 아트페어는 멤버십 프로그램을 출시하며 아트페어 2.0시대를 준비 중입니다.
3. 접근성을 높여라!
코로나 팬데믹은 온라인 콘텐츠의 필요성 뿐 아니라 대면 행사의 중요성을 다시금 체감해게 해주기도 했죠. 직접 만나고 발생하는 뜨거운 열기와 이를 통해 탄생하는 미술적 스파크에 대한 갈급함이 커지면서 아트페어의 장은 더욱 주목받게 되었죠.
반면 보다 더 큰 파급력과 편리함에 대한 고민도 커지게 되기 마련인데요. 이에 따라 각종 아트페어는 오프라인 행사에 온라인 접근성을 높이는 하이브리드형 행사로 진화 중입니다.
작지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행사장에서 발견되는 키오스크 기계와 QR코드 표시입니다. 신한카드가 만든 더프리뷰 아트페어(The Preview)는 올해 3회차를 맞이하며, 메이저 아트페어와는 다르게 이머징 작가와 소규모 갤러리와 전시공간들이 주목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는데요.
올해 한 부스에서는 온라인 키오스크 결제가 가능한 기계를 도입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히 기계화를 추구했다기 보다 기존 아트페어의 결제 시스템을 보완해 컬렉터의 결제 접근성을 높여준 사례로 봄직하죠.
2023 대만 당다이 아트페어(TAIPEI DANGDAI 2023) 참여 갤러리 QR 링크 캡쳐
또한 필자가 올해 방문한 대만의 당다이 아트페어(TAIPEI DANGDAI 2023)에서 꽤 많은 수의 갤러리들이 작품 가격 리스트를 지면으로 인쇄하여 보여주는 대신, 현장에서 QR을 통해 온라인 웹상에서 가격 리스트를 보여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기존 프린트된 종이 리플렛이나 PDF와 다르게, 웹사이트를 통해 살펴볼 수 있는 작품 리스트는 판매된 작품이 실시간으로 반영되어 컬렉터로서 정보를 보다 투명하게 받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더불어 링크를 통한 외부 공유가 보다 용이함에 따라, 방문하지 않은 이들까지 잠재 고객으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보다 커진 것이죠. 이처럼 접근성이 높아진 아트페어 주최의 노력은 보다 많은 방문객을 불러일으키고, 보다 오랜 시간을 머물게 합니다.
프리즈 서울 2022(FRIEZE Seoul 2022)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이지현
올해 하반기에도 굵직한 아트페어가 남아 있는데요. 국내에서는 작년에 이어 2023년 9월, 키아프(Kiaf), 프리즈(Frieze)가 서울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해외에서는 아트바젤 파리(Art Basel Paris), 프리즈 런던(Frieze London), 아트 콜라보레이션 교토(Art Collaboration), 상하이 아트위크(Sanghai Artweek) 등이 있습니다.
미술시장의 저변 확대에 앞장선 아트페어 2.0 시대에 발맞춰 앞으로도 과연 어떤 변화들이 일어날지 직접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요?
필자 이지현은 학부에서는 경영학과 회화를 전공하고 이후 대학원에서 문화예술경영학을 공부했다. 효율성의 논리와 정량적인 방식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예술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예술옹호론자’로 활동 중이다. 또한 현재 ‘널 위한 문화예술’이라는 스타트업에서 COO(운영총괄)로 재직하며 예술의 가능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하고 있다.